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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20 [ep.28]
    일기 2024. 9. 18. 16:20

    배터리 11% 시간 없다 빨리 쓰자

    행복에 짓눌린 것 같은 경험은 그리 대단한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방금 그 짧은 8초 사이에 알아차렸다. 안주가 나오고 첫 잔을 기울이기 직전 혹은 비지땀을 흘려가며 정복감을 느끼는 산 정상 혹은 푸른 물결이 잔잔하게 요동치는 모래사장 그 어딘가 혹은 그간 노력했던 보상이 통장에 숫자를 달리할 때. 혹은 울거진 나무숲과 앞으로 곧게 뻗은 아스팔트를 달리며 창밖 풍경이 시속에 따라 무수히 변할 때. 더해서 나지막이 들려오는 정겨운 라디오 팝송에 해방감을 느꼈던 순간들 기타 등등등.

     

    이렇게나마 글로서 행복했던 순간들을 나열했더니 분명 나 또한 즐거웠던 것은 맞다. 단지 그 순간들 마저 미묘한 압박이 존재했다. 사람들이 흔히 행복을 느끼는 곳을 짚어보자. 그중에서도 콘크리트가 즐비한 도심 속 그 어딘가를 짚는 사람은 많이 없을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라면 산, 바다, 들판 등등.. 그러한 곳들에 들어서면 나 또한 행복해질 것이라는 주문 아닌 주문을 거는 듯하다. 나는 산을 오를 때, 강을 거슬러 둘레길을 거닐 때, 어떠한 압박이 있었나. 남들이 행복으로 일컫는 그 장소에 나 또한 들어섰으니 숙제처럼 그 감정들을 불러온 것은 아닌지.

     

    다시 그 짧았던 8초 남짓했던 그 순간은 참 묘했다. 동네 즐겨 찾던 카페에 앉아 타이핑을 하기 전 시선을 정면으로 두었고 카페 안에 머무른 햇볕과 따듯하고 부드러운 조명. 적당한 소음, 편안한 의자와 테이블 높이, 앞에 놓인 차가운 커피. 음악은 꽤나 요란한 재즈가 들려오지만 눈살이 찌푸려지진 않았다. 아니 그냥 그 8초 사이에 음악은 사실 기억도 나지 않았지만 무언가 좋은 것에 짓눌려 살짝은 벅찼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감정일까. 아 평범하고 편안한 곳에 내 행복은 나를 기다리며 머물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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